삿갓처럼 생긴 위령산
금대봉에서 북으로 쭉 뻗은 지맥과 남한강 원류가 되는 금대봉 검용소에서 발원한 고계천이 사이좋게 북으로 흐르며 태백, 삼척 땅을 적시고 정선군계에 이르러 문래산, 자후산을 일군 뒤 고계천에 막혀 마지막 힘을 모아 하늘을 찌를 듯이 암봉으로 솟은 산이 위령산입니다.
삿갓모양으로 특이하게 생겨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이산은 이름도 여러 개입니다. 신령스러워 위령산, 아래에서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친다고 하여 인근에서는 우렁산 또는 유령산이라고 합니다.
고계천에서 이곳에 이르러 산의 석벽을 치받고 문래가 제자리에서 맴돌 듯하며 용이 승천하여 용동, 지형이 동전 모양으로 생긴 돈뜰, 반달형으로 생겨 월타 혹은 달탄리와 같은 경치 수려하고 땅 기름진 살기 좋은 마을을 이루어 놓고 임계천을 맞이하러 북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용산리
산행 들머리가 되는 용동과 날머리 월탄리를 합하여 용산리라 합니다. 태백과 임계를 있는 35번 국도도 용동 마을 입구 도로변에 용산2리라고 새긴 자연석 앞에서 고계천으로 내려서니 낚시하는 이들과 투망을 던지는 이들이 눈의 띕니다. 용동대교를 건너 바둑판처럼 곧게 뻗은 마을길을 따라갔습니다. 더위로 콘크리트 포장길의 열기가 숨을 멎게 합니다.
고계천 하류방향으로 봇도랑르 끼고 잠시 가니 시원스레 뚫린 마을 안쪽에 빨간 지붕의 농가가 보입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 옆 논에는 벼가 검푸르로 더덕 곰취 나물취등 대량으로 재배합니다.
위령산 바로 아래에 이르니 집도 마지막이고 마을길도 끝납니다. 마을 구석에 있다고 하여 '구역말'이라고 부르는 동네입니다. 윤중만 씨가 농가 옆에 큼지막한 우사 뒤로 자후골을 확인하고 우렁약수를 찾아 나섭니다.
우렁약수
길이 끝난 곳에서 옥수수 밭둑을 따르니 절벽 아래로 숲 터널이 나타납니다. 고계천 돈들마을을 굽도는 절병 아래에서 더위가 싹 가시는 시원한 우렁약수를 찾았습니다. 약수를 한 모금 마시며 바위에 걸터앉으니 강 건너 돈들마을에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이 한가롭습니다.
떠나기 싫은 우렁약수를 뒤로하고 구역말로 나와 자후골로 들어섭니다. 웃자란 잡목과 덩굴을 헤쳐도 길이 없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섰구나' 싶어 고양리로 넘나들던 자후재의 옛길은 계곡 오른쪽에 있는데 왼쪽으로 들어선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자후골로 15분쯤 지나니 콩밭이 나타나고 와폭과 너래바위가 있습니다. 콩죽처럼 쏟아지는 땀을 식히니 자후산에 얽힌 전설이 생각납니다.
합수점
너래 바위에서 콩밭을 건너 위령산 지릉으로 일행 중 1명이 곧바로 올라가 버립니다. 불러도 대답도 없고, 더위에 머리가 어찌 된 건가?
남은 일행은 콩밭을 지나 옛길을 따라 계곡으로 오르니 합수점입니다. 콩밭에서 헤어진 일행을 만나기 위해 자후재로 가는 좋은 길을 버리고 합수점에서 오른쪽 지계곡을 따르니 사람의 발길일 끊어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칼을 들고 숲 터널을 헤치며 갔습니다. 쌍 무덤을 지나자 코가 땅에 닿는 오름입니다. 옷은 이미 물에 헹군 것 같고 입에선 단내가 납니다. 지능선의 노간주나무가 한그루 있는 곳에서 헤어졌던 일행과 만났습니다.